나는 이곳, 박태준 기념관에 서 있다.
차분한 조명의 빛을 받으며, 한 시대를 이끌었던 거인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철강왕, 산어의 거목, 그리고 한 나라의 기둥을 세운 사나이. 그러나 나는 그를 단순한 기업가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의 신념과 철학, 그리고 그가 남긴 유산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다.
철강이 없던 나라에서 철강을 만들겠다던 한 사내의 결심은 무모함과 도전의 경계에 서 있었다. 그가 그려낸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는 오늘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터전이 되었다. 포항제철의 시작은 단순한 공장의 설립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 일,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과 기록들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강한 나라가 되려면 강한 철이 필요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산업이 기반이 되고,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이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철강은 국가의 혈맥이 되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던 시절, 그는 맨손을 길을 닦았다. 때로는 외국의 문을 두드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걸고 베팅하듯 선택을 해야 했다. 실패와 위기의 순간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만이 있었다.
기념관을 거닐며 나는 그가 남긴 흔적을 밟는다. 사무실의 낡은 책상, 손때 묻은 서류들, 그리고 제철소 건립을 위해 그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까지. 하나하나가 그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필체는 흔들림이 없었고, 문장은 단단했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길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신념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이곳에 오면 묘한 감정이 든다.
마치 한 시대의 거인을 만난 듯한 경외감, 그리고 그의 업적 앞에서 나 자신의 작은 존재를 돌아보는 순간. 그는 단순한 경제적 성취를 넘어,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남겨주었다. 그가 믿었던 것은 철강이 아니라 사람,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갈 미래였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다시 다짐한다. 박태준이 걸어갔던 길을 기억하며, 나 또한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의 정신이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듯, 우리 안에서도 살아갸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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