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자주 찾았던 고향 마을의 장안사.
시간이 흘러 다시 그곳을 찾았다. 어릴 때는 그저 크고 웅장한 절로만 느껴졌던 곳이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장안사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장안사에 다다르자마자 깊은 산속에 자리한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입구에서부터 뻗어나간 고목들의 나뭇잎이 살랑이며 반겨주었고, 봄의 향기가 가득했다. 사찰로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먼 기억 속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대웅전 앞에 서니 기와지붕 위로 스며드는 햇살이 마치 오랜된 필름 사진처럼 따뜻한 감성을 자아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부드러운 흙길을 밟는 소리까지도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장안사는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대웅전 앞 마루에 앉아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시의 소음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잊고 있던 마음의 여유가 다시금 찾아왔고, 복잡한 생각들도 조금씩 사라졌다.
어렸을 때는 장난치며 뛰어놀던 곳이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장안사는 그 의미가 달랐다. 어릴 적에는 몰랐던 사찰의 조용한 위엄과 자연이 주는 위로가 온전히 느껴졌다. 부모님과 함께 왔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장안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내 유년 시절과 추억이 서린 곳이었다. 다시 찾은 이곳에서 나는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봄을 알리는 홍매화가 살포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연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살랑이며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이 더욱 차분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장안사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딛을 때도, 이곳은 여전히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줄 것만 같다.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부산 기장 장안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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